더블
K-스릴러 대표작가 정해연의 데뷔작이자, 중국과 대만 등에서 번역 출간된 《더블: 두 구의 시체, 두 명의 살인자》가 서슬 퍼런 광기의 현장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이 소설은 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이 확정된 2023년 상반기 최대 기대작이다. 사이코패스VS사이코패스의 대결이라는 과감한 설정으로 장르소설 독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 소설은, 정해연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엄청난 흡인력으로 마치 작중 인물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저자
정해연
출판
해피북스투유
출판일
2023.01.10

 

마지막 독서일: 2024.01.11

 

이웃들에게는 잘생긴 외모에 친절하고 사람 좋은 청년, 동료들에게는 냉철하고 날카로운 수사로 능력있는 형사라 평가받는 언뜻 완벽한 삶을 사는 듯 보이는 현도진. 하지만 그 내면에는 타인의 공포를 보고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을 감추고 있다. 평소 그 기질을 잘 감추어오던 도진은 은밀한 관계에 있던 유부녀 애인의 집착에 폭발하게 되고, 충동적으로 그녀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그간 형사로서의 경험과 철두철미한 성격으로 사건을 감추는게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한 도진은 여유있게 시체를 처리하고 예정되어 있던 휴가를 떠난다. 그러나 휴가지의 방갈로에서 마주한 것은 관절 곳곳이 꺾인 예술적인 모습의 시체 한 구. 도진은 시체의 형태에 경이로움을 느낌과 동시에, 첫번째 발견자가 되면 괜한 수사에 휘말려 자신의 살인까지 드러날까 정체불명의 살인자 '예술가'를 대신해 그 시체를 처리하고자 한다.

 

 

추리소설에서 사이코패스는 언제나 흥미롭고, 또 그만큼 여기저기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주제지만, 기대감을 채워줄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유괴의 날>을 나쁘지 않게 읽었고, <홍학의 자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기 때문에 정해연에 대한 어느정도 신뢰감이 있었고, 두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대결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재라 기대가 됐다.

 

사람을 죽여놓고 태연한 얼굴로 시체를 처리하는 현도진의 모습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 튀어나온 또다른 시체와 살인마, 그리고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같은 경찰서의 장주호 형사와의 대립이 좋은 서스펜스를 보여주었고, 드라마를 보는듯 몰입감이 좋고 술술 재미있게 읽히는 작품이었다. 다만 메인 주제인 사이코패스 살인마라는 요소를 잘 활용했는가에는 조금 의문점이 남았던 것 같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냉정하고 명석한 것으로 묘사된 현도진이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연발하며 너무 쉽게 꼬리를 드러낸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모두 똑똑할 필요는 없지만, 초반부 잔혹한 시체에도 흔들리지 않고 다년간의 수사 경험으로 경찰의 수사망을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며 자신하던 모습과 대비되어 위화감이 들었다.

 

그래도 두 구의 시체와 두 개의 사건을 다루는 방식 자체는 꽤 흥미로웠고, 두 살인마가 맞이한 결말이 마음에 들어서 작품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반전을 줄만한 요소들은 힌트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어 중반부터는 예상하기 쉽긴 했지만. 플롯이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역시나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하니 기대해볼만 할듯 하다.

 

스포일러

현도진의 불륜 상대가 장주호의 아내였다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지만, 결국 이를 매개로 서로가 서로를 함정에 빠뜨려 장주호의 살인을 현도진이, 현도진의 살인을 장주호가 뒤집어쓴다는 결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더블이라는 제목과도 잘 어울렸던 것 같고.

 

다만 현도진도 현도진이지만 장주호가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은 정말 불필요하게 느껴졌는데, 그가 살인을 저지른 계기도 비리를 저지르다 협박을 당해 견디기 힘들었다는 상식적인 동기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차라리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을 빼고 담백하게 갔더라면 아쉬움 없이 깔끔하게 더 괜찮은 작품으로 남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 선우신의 타락은 약간 사족이라는 느낌. 급격한 캐릭터성의 변화도 그랬지만 그전까지 딱히 경찰 비리나 자기 보신에 대한 비판적인 요소가 보이지 않았던지라 좀 뜬금없는 에필로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나치게 많은 요소들을 한 작품에 우겨넣은 것 같기도 하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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