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찌빠 by. 김세화 ★☆
마지막 독서일: 2024.03.04
K는 그녀가 수행하는 피오나 정의 지시를 받아 한 인물을 킬러로부터 구해낸다. 지시를 따르긴 했지만 그 인물이 누구인지, 왜 킬러의 타겟이 되었는지, 피오나 정은 왜 그를 구하려 하는지 어느 것 하나 알 수 없는 상황에 의문을 느낀다. 그러던 와중 사건 당일 현장이 우연히 찍힌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고, 대형 제약회사 '바이오 셀텍'이 관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독자적으로 조사에 들어간 김경령 순경과 조우하게 된다.
끝까지 읽는 것이 고역이라고 느낀 작품은 오랜만이다. 팬데믹을 야기한 바이러스를 둘러싼 비밀이라는, 현실과 연결시키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소재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막상 열어보니 팬데믹 초기 휩쓸고 지나갔던 음모론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게다가 이러한 소재가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에 크게 개입하는 것도 아니고, 비밀의 내용을 어떤 것으로 대체해도 이야기 진행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바이러스를 둘러싼 음모에 대해서는 작품 내내 의미심장한 분위기만 풍길 뿐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관계자의 입을 막으려는 킬러의 행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이마저도 딱히 스릴을 느낄만한 상황이 없어 지루했다.
현실적인 소재와 국제적인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개연성과 현실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것도 아쉬웠다. 월드 클래스에 탈인간 수준의 신체능력을 가졌다고 묘사되는 킬러들은 대단치 않은 돌발상황에도 일을 실패해버리고, 전세계에 영향을 끼칠만한 음모를 꾸미던 대기업 관계자들이 일반인들에게 너무 쉽게 덜미를 잡히는 반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일행은 평범 이하의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결국 사건 해결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 끝까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특히 주인공인 김경령 순경은 아무리 정의감만이 장점인 무대뽀 스타일의 캐릭터라지만 그래도 경찰인데 스스로 상황을 추리해나가는 능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이런 캐릭터가 사건을 해결하게 하려면 좀더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으로 갔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별 것도 아닌 상황에서 갑자기 급발진하며 욕을 퍼붓는 장면도 좀 당황스러웠고.
그리고 이건 작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오디오북의 일부 성우의 연기가 듣기 힘들 정도로 어색했던 것 같다. 특히 아무리 군인 말투를 의도했다지만 평범한 대화에서도 거의 로봇 수준으로 국어책 읽는 말투가 좀 거슬렸는데, 지금까지는 윌라 오디오북 성우들의 연기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어서 더욱 아쉬웠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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