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제물 by. 시라이 도모유키 ★★★★
마지막 독서일: 2023.12.27
국가권력과 법률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고립된 마을 '조든타운'에 모여 기적을 믿고 따르는 종교집단 '인민교회'. 연락이 두절된 조수 아리모리 리리코의 행방을 쫓던 탐정 오토야 다카시는 조든타운에서 교주 짐 조든과 그의 광신도들과 조우한다. 사고도 질병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적을 믿는 광신도들과 짐 조든의 기적을 믿지 않는 조사단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조사단의 탐정들이 차례차례 불가능해보이는 상황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오토야와 리리코는 사건을 해결하고 인민교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조사에 나선다.
독특하면서도 묘한 현실성을 띠는 특수설정과 고어도 높은 파격적인 미스터리를 선보였던 시라이 도모유키의 작품으로, 2023년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 조금 늦게 읽어보게 되었다. 작가의 전작들과 다르게 가상의 종교집단을 다루기는 하지만 초현실적인 특수설정 없이 현실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수백명의 광신도들과 교주의 자살이라는 임팩트 있는 도입부와 사이비 종교의 비밀을 파헤치려던 탐정들이 하나씩 살해당할때의 긴장감이 주는 몰입도가 훌륭한 편이다.
무엇보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야 이야기의 진정한 결말이 밝혀지면서, 제목 <명탐정의 제물>의 의미를 알게 됐을때의 짜릿함이 최고였다. 책을 다 읽은 후 제목을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완성된 한 권으로서의 임팩트가 훨씬 강렬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류 작품 중 최고 수준이 아니었나 싶다.
다만 작품의 완성도가 결말부의 반전과 임팩트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있고, 정작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살인사건의 해결 자체는 상당히 얼렁뚱땅 넘어간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종교집단의 광적인 믿음과 살인사건의 조합은 매력적이었고 그 트릭도 나름 파격적이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좀 납득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아서 논리적인 양 사건풀이를 하는 부분에서 몰입이 잘 안됐던 것 같다.
여러번 페이크를 걸면서 사건에 대한 여러가지 가능성과 추리를 전개하는 부분 자체는 꽤 재미있었기 때문에 오락적으로는 여전히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을의 광신도들이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존재하는 것을 보지 못하는 상황과, 그 상황 자체에서 오는 괴리를 미스터리에 접목시킨 점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특히 신체 결손이나 아픔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신도의 오른손을 부러뜨리거나, 휠체어 밑 비어있는 하반신 부분에 시체를 숨겨 옮긴다는 트릭은 현실성은 좀 떨어져도 그 발상만큼은 굉장히 파격적이고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시라이 도모유키의 작품 치고는 평범하게 진행되어 아쉬웠는데 후반부에 (좋은 의미로) 어처구니 없는 전개가 휘몰아치며 아쉬움을 많이 채워준듯.
무엇보다 초반부 지나가는 에피소드인줄 알았던 108호 사건과 연결지으며 결말에 보여준 오토야의 광기는 그야말로 올해 읽은 작품 중 최고 수준의 광기였던 것 같다. 최고의 명탐정 리리코에게 걸맞는 '최후의 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명탐정의 제물'로서 900여명의 신도를 살해했다는 것 자체도 충분히 광기지만, 그 경쟁대상이 그저 유명하기만할 뿐이라며 경멸했던 일개 사기꾼 탐정이었다는 점이 정말 미쳤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듯. 작품 전반에서 오토야의 사이코패스적인 면모가 거의 보이지 않고 말그대로 은근하게 떡밥만 뿌려둔 수준이라 더욱 소름끼쳤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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