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죽이기 by. 고바야시 야스미 ★★★★★

 

앨리스 죽이기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고바야시 야스미의 미스터리 소설 『앨리스 죽이기』. 세심한 규칙과 논리적 설정으로 미스터리의 틀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서도 호러소설의 실력자다운 잔혹 묘사를 더해 일반적인 미스터리와 다른 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저자만의 특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적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의 접목을 시도한 작품이다. 앨리스가 도마뱀 빌과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달걀 험프티 덤프티가 여왕의 정원 담 위에서 추락사한다. 3월 토끼와 미치광이 모자 장수는 살인사건이라며 호들갑을 떨어대고, 앨리스는 사건 현장에서 그녀를 보았다는 목격자 흰토끼의 증언 때문에 용의자로 몰린다. 한편 3월 토끼와 모자 장수가 등장하는 이상한 꿈에 시달리던 대학원생 아리는 같은 대학의 연구원 오지가 옥상에서 추락사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동기인 이모리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그가 자신과 같은 꿈을 꾸고 있음을 알게 된 아리는 각기 다른 두 세계에서 일어난 죽음이 하나로 이어져 있으며, 자신들이 각각 앨리스와 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두 사람은 앨리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흰토끼를 찾아가기로 하지만, 곧 또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더 큰 위기가 닥쳐오는데…….

저자

고바야시 야스미

출판

검은숲

출판일

2015.12.21

 

마지막 독서일: 2020.11.08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와 도마뱀 빌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험프티 덤프티가 담 위에서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에서 그녀를 보았다는 흰 토끼의 증언으로 인해 앨리스는 범인으로 몰려 처형당할 위기에 놓인다. 

 

한편 이상한 나라의 꿈을 꾸던 아리는 동기 이모리와 이야기하던 중 그들이 같은 꿈을 꾸고 있으며, 이것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 지구와 이상한 나라가 꿈을 통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상한 나라에서 죽음을 당하면 그와 이어진 지구의 인물 역시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리와 이모리는 앨리스가 처형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구와 이상한 나라 양쪽에서 사건을 조사해나가기 시작한다.

 

 

아름답지만 기묘한 동화 속 세계와 본격 미스터리의 잔혹한 살인사건이 절묘하게 조화시킨 특수설정 미스터리계의 독보적인 명작 <메르헨 죽이기 시리즈>의 기념비적인 첫 번째 작품.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하고, 애초에 정신없는 말장난, 은근한 블랙 유머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유명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만큼, 기묘하고 오싹한 시리즈의 분위기가 가장 도드라진다. 

 

여기에 판타지적인 세계를 오가면서도 세밀하게 짜인 복선과 논리 전개, <메르헨 죽이기 시리즈> 세계관 내에서만 가능한 신박한 트릭이 훌륭하게 어우러져 본격 미스터리로서도 흠잡을 데가 없는 작품. 개인적으로는 특수설정 미스터리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치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상한 나라의 인물들과 도마뱀 빌의 정신 나간 만담이야말로 이 작품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장난 자체가 주는 유머러스함과 더불어 잔인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어김없이 이어지는 헛소리들이 섬뜩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유머코드가 취향저격이라 즐겁게 읽긴 했지만, 정도를 모르고 폭주하는 만담이 지나쳐서 호불호가 갈릴만한 요소인 건 확실한 것 같다. 그래도 혹 이로 인해 이 책을 읽기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워낙 추리소설로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그런 호불호를 감내하고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나만의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