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라의 돼지(양장본 HardCover)
종교와 주술, 오컬트가 어우러진 나카지마 라모의 대표작『가다라의 돼지』. 제47회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 장편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제109회 나오키 상 최종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한때 아프리카 주술에 대한 연구로 큰 업적을 쌓았지만 케냐에서 사고로 딸을 잃은 후 모든 연구를 중단한 민족학 교수 오우베 다이치로. 신흥 사이비 종교와 엮이게 된 그는 딸을 잃었던 땅 아프리카로 다시 향하게 된다. 마을 사람 모두가 주술사인 쿠미나타투 마을에서 대주술사 바키리를 만난 오우베 일행은 그의 주술 도구 '바나나 키시투'를 훔친다. 분노한 바키리는 오우베 일행에게 저주를 내리는데….
저자
나카지마 라모
출판
북스피어
출판일
2010.04.30

 

마지막 독서일: 2023.12.29

 

8년 전 아프리카에서 딸을 잃고 알콜중독자가 된 민속학자 오우베. 중단된 연구를 되살리려 노력하던 중, 사이비 종교에 빠진 아내를 구해내고자 해당 종교의 비밀을 파헤친것을 계기로 방송국을 통해 아프리카로 갈 기회를 얻는다. 8년 만에 다시 찾은 케냐의 주술사 마을 쿠미나타투는 그가 과거에 알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고, 오우베는 바키리라는 주술사가 '바나나 키시투'라는 주술 도구를 이용해 마을에 저주를 내렸음을 알게된다. 저주를 받은 마을에선 계속해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오우베 일행은 바키리로부터 '바나나 키시투'를 훔쳐 달아나고자 계획을 세운다.

 

 

아이큐 185에 명문고를 졸업했으나 알콜중독에 시달리고 대마초 흡연으로 감옥에 가는 등 독특하고 파격적인 이력을 가진 나카지마 라모의 장편소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쓴걸로도 유명한데, 이 작품에서도 주인공 오우베가 알콜중독자인데다가 약물로 인한 환각이 소재로 활용되는 등 작가의 비범한 경력이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1부는 사이비 종교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2부는 아프리카의 오지 마을을 찾아가는 모험 견문록, 3부는 주술사에게 저주를 피해 달아나는 오컬트 판타지로 전혀 다른 분위기로 진행돼 아예 별개의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도 주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70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임에도 디테일한 묘사가 주는 스릴감이 뛰어나고 흡입력이 좋아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이 작품을 추리소설로 봐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인데, 1, 2, 3부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거의 연결성이 없이 따로 노는데다가, 결말에 이르러서까지도 미스터리적인 요소들은 거의 해결되지 않아서 마지막장을 넘길때까지도 이렇게 작품이 끝난다는게 납득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아프리카의 주술사와 저주를 활용한 오컬트적인 스릴감은 좋았지만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사건을 키운것치고는 엔딩 자체도 싱거운 편이었고.

 

아무래도 추리소설이라고 했을때는 각각 별개로 진행되는 이야기들에서도 연관성을 찾게 되고, 치밀한 복선이나 충격적인 반전, 비현실적인 전개 속 논리적인 해석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요소를 거의 찾아볼수 없어 아쉬웠다. 스토리텔링 자체는 무척 재미있었고 몰입감이 좋은 소설이라, 단순히 오우베 일행의 모험소설, 오컬트 호러소설 정도로 생각하고 읽었다면 훨씬 만족도가 높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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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오우베의 부인 이쓰미가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과정이 꽤 디테일하게 묘사되어서 이 종교가 이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단순히 오우베가 아프리카로 갈 수 있도록 방송국의 지원을 받게 되는 밑거름 정도로 소비되어 버린 점이 특히 아쉬웠다. 사이비 교주가 보여준 분위기도 꽤 흥미로웠기 때문에 더더욱.

 

비슷한 맥락으로 죽은 줄 알았던 딸 사오리가 주술사 바키리의 주술 도구 '바나나 키시투'였다는 반전 자체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던 것 같은데, 이후에는 오우베 일행이 저주를 받아 쫓기게 되는 계기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고, 결국 사오리가 아닌 오우베에게 특별한 주술의 힘이 있다는 것으로 모든 사건이 마무리 되어버린 것에서는 허무함마저 느껴졌다.

 

1, 2부까지는 어느정도 미스터리의 중심을 잡고 있었는데, 3부에서 본격적으로 저주에 환각, 서브리미널 영상을 통한 집단 최면까지 등장하면서 지나치게 황당하고 판타지스럽게 흘러가며 작품이 흔들린 것 같다. 작품 자체는 또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평범하게라도 추리소설적인 마무리를 해주었더라면 훨씬 좋은 작품으로 기억됐을 것 같아서 더욱 아쉬움이 크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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