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기다림
오츠이치의 슬픈 서스펜스『어둠 속의 기다림』. 볼 수 없는 자와 보여서는 안 되는 자가 함께하는 적막하고 이상한 공간. 세상을 향한 눈을 차단당한 여자와 스스로를 세상과 차단시킨 남자,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가 어둠 속에서 그려진다. 교통사고로 앞을 볼 수 없게 된 채, 정적 속에서 홀로 살아가던 미치루의 고독한 어둠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든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쫓기던 폐쇄적인 성격의 아키히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 몰래 잠입한 아키히로와 앞이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는 미치루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양장본]
저자
오츠이치
출판
북홀릭
출판일
2008.12.30

 

마지막 독서일: 2024.02.06

 

3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시력을 잃고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혼자 살아가고 있는 혼마 미치루.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의지할 사람이라곤 친구 카즈에 뿐인 쓸쓸한 생활에 우울감을 느끼면서도, 나름대로 어둠에 적응하며 생활하고 있던 그녀는 어느 날부터 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식재료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고, 집안 곳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등 미치루는 점점 어둠 속 누군가의 존재를 의식하게 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고독 속에서 쓸쓸히 살아가는 미치루와, 전철역에서 상사를 떠밀어 죽인 혐의로 도망쳐 미치루의 집에 숨어든 아키히로의 시선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소설로, 캄캄한 어둠 속 두 사람이 서로를 의식하며 느끼는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두 주인공 모두 사회적으로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외로운 인생을 사는 인물들이라 오츠이치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찐득하고 퀴퀴한, 어둡고 쌉쌀한 감정선이 잘 드러나는 작품.

 

초반부 어둠 속에 숨어있는 아키히로와 이를 서서히 눈치채는 미치루가 주는 서스펜스가 제법 오싹해서 '블랙 오츠이치'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오히려 '화이트 오츠이치'에 가까운 감성적이고 말랑한 작품인 것 같다. 물론 오츠이치 기준 말랑하다는 거긴 하지만, 고독한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별다른 대화 없이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미스터리적으로는 재료 자체가 워낙 한정적이라 그런건지 상당히 뻔한 플롯으로 흘러가는지라, 추리소설로서의 매력은 뚜렷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감성적이라도 잔잔하기만 하기보다는 어느 한 지점에서는 강하게 터뜨려주는걸 선호하기 때문에, 오츠이치의 작품 중 선호도가 높다고 말하긴 힘들 것 같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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