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과 동시에 ‘제153회 나오키상’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일본 서점대상’ 등 일본 최고의 문학상을 휩쓸며 벼락같이 등장한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류》가 한국 독자들의 오랜 염원 끝에 국내에서 출간됐다. 아직 국내에 출간이 결정되기 전부터 일본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던 이 소설은, 일본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인 ‘나오키상’ 수상작들 중 2000년대 들어 처음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된 것은 물론, “몇십 년 만에 한 번 나올 만한 위대한 걸작”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작가인 히가시야마 아키라 역시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던 일본 문단을 구원할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소설 속 캐릭터들이 마치 살아 있는 듯 거리를 활보하는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필력”, “독자를 혼돈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와 같은 심사평에서 알 수 있듯, 《류》에 등장하는 작중 인물들은 꽤나 흥미롭고, 개성이 넘치며, 끊임없이 우리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 작가가 창조해낸 가공할 만한 혼돈의 역사 속으로 훌쩍 뛰어들어 보자. 소설 《류》는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할아버지 예준린의 죽음을 목격한 예치우성이 살인범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이자, 역사, 시대물이다. 완벽하게 자취를 감춘 범인을 쫓는 과정과 전혀 의외의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치밀한 반전의 설계는 훌륭한 장르물의 면모를 보이나, 소설이 삼고 있는 시대적·역사적 배경과 삼대에 걸친 세대의 중첩은 장르물의 범주를 한참이나 벗어나 대하소설의 영역까지 가 닿는 스케일을 구축했다. 저자는 혼돈과 활력이 공존하는 대만 사회를 배경으로 중일전쟁과 국공내전이라는 피 튀기는 현장, 조직폭력단의 항쟁, 군사훈련이 강제되는 독제사회, 애절한 첫사랑과 실연, 일본과 중국을 나아가 온 세상을 누비는 인물들의 모험을 다각적, 중층적으로 그려냈다. 여기에 유령, 분신사바, 도깨비불이라는 초현실적인 요소마저 위화감 없이 엮어 작가가 창조해낸 《류》의 세계관이 미스터리를 넘어 어디까지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기분마저 들게 된다.
저자
히가시야마 아키라
출판
해피북스투유
출판일
2022.06.22

 

마지막 독서일: 2024.01.30

 

대만의 총통 장제스 서거 다음 날, 열일곱 살 고등학생 예치우성은 본인의 가게에서 살해당한 할아버지를 발견한다. 전쟁 이후 대만으로 건너와 강인한 삶을 살며 불사신으로 여겨졌던 할아버지의 죽음은 어린 치우성의 삶이 격변하는 계기가 된다. 전쟁의 여파로 인한 정치적, 사회적 혼란과 폭력, 그리고 할아버지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난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치우성의 인생 스토리를 담은 성장 소설이다.

 

 

책 띠지에서 수상 이력을 교묘하게 부풀린 것으로 말이 나왔던 작품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는데, 밀리의 서재에 올라와있길래 읽어보게 되었다. 장르상 미스터리로 분류되어 있긴 하지만, 치우성의 할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후반부 사건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스토리 전개상 그닥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데다가, 사건의 진상 자체도 그닥 치밀하다거나 흥미롭지는 않아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읽기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적 혼돈의 시대에 격변하는 등장인물들의 인생을 다룬다는 점에서 찬호께이의 <13.67>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서사는 둘째치고 미스터리로서는 비교하여 생각한 것이 찬호께이에게 미안할 정도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예치우성이라는 소년의 성장소설로 보는 것이 맞을 듯 한데, 퀴퀴하고 어지러운 사회를 묘사하는 작가의 필력이 꽤 괜찮아서 오락적으로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전쟁 이후 혼란한 도시의 분위기와, 그 속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들에 얽히며 꼬이기 시작하는 치우성의 기구한 인생살이가 제법 흥미로웠다.

 

다만 치우성 자체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진 등장인물도 아니고, 벌어지는 사건들이 서로 영향을 주기보다는 토막토막 단편적으로 진행되는 느낌이라 작품 전체에 몰입이 잘 안됐던 것 같다.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작품인만큼 학창시절의 치기와 수험, 질 나쁜 폭력에 얽히며 겪는 고난, 불합리한 군생활, 격정의 사랑과 실연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데,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깊이감이 없는 느낌이라 차라리 몇가지를 집중적으로 그려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특히 중간중간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초현실적인 현상은 마지막까지 존재의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1970년대의 대만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다가, 역사적 배경과 사실이 스토리상 꽤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라 스토리를 따라가기 조금 까다로운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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