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위의 카드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유작과 미발표작, 필명 발표 작품까지 수록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제38권 『테이블 위의 카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아주 평범하고 우아해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빚어진 감정이 범상치 않은 범죄를 낳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생 동안 작가가 품어 왔던 상처와 애증, 경건함과 독선, 관계의 이면, 대범함과 죄책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마음이 세밀한 묘사와 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 푸아로, 배틀 총경, 레이스 대령, 올리버 부인 등 크리스티가 창조한 유명 주인공들이 총출동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
애거서 크리스티
출판
황금가지
출판일
2013.05.27

 

마지막 독서일: 2020.12.09

 

에르큘 푸아로는 우연히 셰이터나라는 기묘한 분위기의 부자를 만나게 되고, 그의 취미는 '살인을 하고도 잡히지 않은 살인범을 수집하는 것'이라는 묘한 이야기를 듣는다. 셰이터나의 파티에 초대된 푸아로는 배틀 총경, 레이스 대령, 작가인 아리아드네 올리버와 더불어 의심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네 명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주인인 셰이터나를 제외한 누구도 파티의 목적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브리지 게임을 하게 되고, 게임이 끝나고 돌아가려는 찰나 셰이터나가 칼에 찔린 채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에르큘 푸아로부터 배틀 총경과 레이스 대령, 여기에 어느 작품에서나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는 올리버 부인까지 애거서 크리스티 올스타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레귤러 캐릭터들이 총출동한 작품이다. 각각의 캐릭터가 자신의 개성대로 일인분씩은 하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소한 질문이나 관련 없어 보이는 행동으로 진실을 이끌어내는 방식도 좋았고, 후반부에 연달아 진상이 뒤집히는 게 짜릿했다.

 

'죄를 저질렀으나 처벌받지 않은 범죄자'를 모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떠올리게도 했지만, 역대급 명작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비하면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나 플롯이 살짝 싱거운 느낌이 들기는 했다. 

 

덧붙여 황금가지판에서 중간에 역주로 <오리엔트 특급살인>에 대한 초강력 스포일러를 하고 있으니, 혹시 해당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들은 감안하고 읽어야 할 듯하다.

 

스포일러

살인을 하고도 잡히지 않은 살인범들을 불러모았으나, 사실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섞여있었다는 점이 어쩐지 메타픽션적인 분위기를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이후 비슷한 스타일의 처벌받지 않은 죄인의 처벌이 활용된 미스터리 작품들이 많은데, 한 번쯤은 잘못된 사람이 섞여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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