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의 약속
애거서 크리스티를 대표하는 캐릭터 ‘명탐정 푸아로’.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은 그가 등장하는 인기 작품들을 엄선한 시리즈로 푸아로의 데뷔작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을 비롯해 ‘뉴욕 타임스’에 부고가 실린 유일한 가상의 인물이라는 기록을 남긴 푸아로의 은퇴 작품 《커튼》 등 의미 있는 작품을 엄선해 세련된 표지로 선보인다.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제7권 『죽음과의 약속』. 페트라의 우뚝 솟은 붉은 벼랑에 온몸이 퉁퉁 부은 괴이한 부처의 형상으로 노부인의 시체가 앉아 있다. 손목에 난 조그만 상처는 노부인을 죽인 치명적인 주삿바늘 자국이다.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단 24시간. “너도 알잖아? 그 여자는 죽어야 해.” 에르퀼 푸아로는 예루살렘에서 우연히 엿들은 누군가의 한마디를 떠올리는데…….
저자
애거서 크리스티
출판
황금가지
출판일
2015.07.10

 

마지막 독서일: 2020.12.16

 

폭군처럼 주변 사람들을 휘두르기 좋아하는 보인튼 부인은 자신이 가진 부유한 재산을 무기로 주변 가족들을 숨 막히게 압박한다. 그녀의 지배 아래 가족들의 스트레스는 극한까지 치닫게 되고, 결국 다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보인튼 부인이 살해된 채 발견되기에 이른다. 우연히 보인튼 남매의 대화 속에서 "너도 알잖아? 그 여자는 죽어야 해"라는 말을 엿듣게 된 에르큘 푸아로는 이 사건에 끼어들어, 24시간 내에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선언한다.

 

 

독재자 타입의 성격 나쁜 노부인과 그 아래서 고통받는 가족들,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미묘한 감정선, 여기에 고대 유적이 주는 미스터리한 분위기까지, 크리스티의 다른 작품에서도 한 번쯤은 봤을법한 설정과 배경을 활용하고 있는 작품이다. 

 

좋게 말하면 크리스티의 특기 분야이니 한껏 실력발휘를 했다고 볼 수도 있고, 나쁘게 생각하면 살짝 자가복제 느낌이 나기도 한다. 나는 이미 다른 작품들을 많이 읽은 후에 이 작품을 읽어 감흥이 좀 덜했지만, 이 작품을 더 빨리 읽었더라면 좀 더 인상이 깊게 남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도 숨이 막힐 것 같은 노부인의 폭정과 금방이라도 정신이 망가질 것처럼 극한에 달하는 압박을 받고 있는 가족들의 심리상태에 대한 묘사가 뛰어난 작품으로, 인물들 간의 갈등과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보이는 감정변화, 그리고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단서를 끌어내는 푸아로의 솜씨가 특히 돋보인다. 

 

다만 심리묘사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중심이 되는 사건 자체는 밋밋하고 단순하게 지나갔다는 느낌이 들어 미스터리로서는 살짝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작품을 읽을 때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릴 듯.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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