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올빼미 by. 누쿠이 도쿠로 ★★★☆
마지막 독서일: 2023.12.31
사람 한 명을 죽이면 이유불문하고 사형에 처해지는 일본 사회. 조금의 관용도 베풀지 않는 철저한 엄벌주의가 당연한 상식이 된 사회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단편집. 사법체계가 극단으로 가면 사회가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집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이 배경에 깔려있기 때문에 사형제도에 대한 심도깊은 고찰보다는 극단주의 성향으로 미쳐가는 대중과 사회를 조명하는데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의 광기를 현실적이면서도 절절하게 그려내는 데에 재능이 있는 누쿠이 도쿠로의 작품인만큼 단편 하나하나가 읽는 재미는 있지만, 진지한 사회파를 기대하기엔 메세지가 얕다는 느낌도 든다. 누쿠이 도쿠로는 <통곡>과 <미소짓는 사람> 모두 재미있게 읽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데, 여러모로 단편보다는 장편이 어울리는 작가인듯.
<보지도 말고, 쓰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지어다>는 눈과 혀, 양 손가락을 잘렸지만 '살아는 있는' 피해자를 중심에 둔 와이더닛 미스터리였는데, 사건의 잔혹함으로 임팩트 있게 시작한것 치고는 조금 평이한 진상이었다. 그래도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는 인트로 격으로는 나쁘지 않았던 듯.
<새장 속의 새들>은 산 속 별장에 갇힌 동아리 회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이지만 사실상 트릭이 돋보이는 편은 아니었고, 오히려 엄벌주의 사형제도에서 비롯된 광기가 인상적이었다.
<레밍의 무리>는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으로 사형제도를 이용해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 사적제재를 가하려는 자살희망자들을 다루고 있다. 극단적으로 미쳐가는 대중과 사회, 사건이 주는 광기와 미스터리함, 깔끔하지만 오싹한 뒷맛을 남기는 결말까지 밸런스가 훌륭한 단편으로 사실상 이 단편집을 멱살잡고 캐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는 잊지 않는다>는 도서 미스터리 형식으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으나, 노골적으로 예견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게 보여서 중반부터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2부로 따로 분류된 표제작 <종이올빼미>는 오히려 가장 실망스러웠는데, 연인이 살해당한 후 그 연인의 이름과 출신이 전부 가짜였다는걸 알게된 주인공이 연인의 과거를 추적해나가는 스토리는 <화차>를 떠오르게 하며 제법 긴장감이 있었지만, 이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허무한 결말로 끝이 나 아쉬웠다. 오히려 작품의 주제인 극단적인 사형제도가 이 단편과는 잘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억지로 스토리 내에서 의미부여를 하려다보니 더 어색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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