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의 살인자 by. 시모무라 아쓰시 ★★★★
마지막 독서일: 2024.02.26
여섯 살 여자아이를 끔찍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오오야마 마사노리. 원래 소년범의 실명과 얼굴은 공개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엽기적인 사건에 분노한 대중의 폭주로 '오오야마 마사노리'라는 이름이 알려지고 만다.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피해자들이 생겼으니, 평범하게 살아가던 다른 오오야마 마사노리들까지 살인범과 동명이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삶이 꼬이기 시작한다.
7년 후, 형기를 마친 살인범 오오야마 마사노리가 세상에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사람들은 또다시 비난과 분노의 목소리를 높인다. 이로 인해 자신들의 삶이 더더욱 수렁에 빠질 것을 우려한 다른 오오야마 마사노리들은 빼앗긴 이름을 되찾기 위해 '오오야마 마사노리 동성동명 피해자 모임'을 결성해 범인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처음 등장인물 전원이 동명이인이라는 문구를 봤을 때, 클로즈드 서클에 동명이인의 인물들을 모아놓고 살인게임을 벌이는 본격 미스터리 같은 걸 먼저 떠올렸는데, 예상외로 현실적인 사회파 미스터리라서 조금 놀랐다. 개인적으로는 전자 쪽이 좀더 취향에 맞았을 것 같아서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얼굴이 밝혀지지 않은 살인범과 동명이인이라 삶의 고충을 겪은 사람들이 피해자 모임을 결성한다는 발상 자체가 기발해서 제법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분량이 많은 편도 아니고 읽기 힘든 글도 아니었지만, 말그대로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전부 오오야마 마사노리라 까딱 잘못하면 누가 누군지 헷갈리는 상황이라 꼼꼼하게 읽는데에 집중력이 좀 많이 필요했다. 이 '누가 누군지 헷갈리는' 부분이 작가가 어느정도 의도한 부분이기도 하고.
노골적으로 이름이 같은 등장인물들을 대거 등장시키기 때문에 당연히 바꿔치기 트릭이 사용되리라 예상하면서 읽었는데도 후반부 차례차례 드러나는 진상이 놀랍고 인상적인 부분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여러 오오야마 마사노리들이 다양하게 얽혀들어 만들어낸 하나의 엔딩이 꽤 마음에 들었다. 역대급으로 충격적이라고 말하긴 힘들겠지만, 서술트릭이나 반전소설 류를 좋아한다면 가볍게 읽어볼만 한 것 같다.
범죄자를 향한 폭주하는 분노와 근거없는 마녀사냥, 정의라는 이름으로 무턱대고 사적제재를 가하려 하는 대중의 광기 역시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요즘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보여지는 극단적인 성향이 문제이긴 한듯, 근 몇 년 사이에 비슷한 소재의 추리소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대중의 광기의 피해자였던 사람들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또다른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상황도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작은 말꼬투리 하나도 과격하게 물어뜯으며 사람을 거의 매장시키려고 하는 SNS의 세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점이 인상깊었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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