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의 집 by. 나카야마 시치리 ★★★★
마지막 독서일: 2024.01.18
중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호카리 신이치는 교사로서의 체면과 학교의 상황을 중요시하며 담당 학생의 집단 괴롭힘 고발에도 '어느 학생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온건한 태도를 유지한다. 그러던 중 자신의 딸 유카가 집단 괴롭힘을 당한 끝에 자살 시도를 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아버지로서의 분노와 교사로서 학교의 미온적인 대처에 대한 이해가 충돌하며 고뇌에 빠진다.
한편 집단 괴롭힘의 주동자였던 소녀가 시체로 발견되고, 유카의 오빠인 슌이 주요 참고인으로 경찰에 잡혀가며 한순간에 호카리는 피해자 가족에서 가해자 가족이 되어버린다. 슌을 비롯하여 아내인 사토미와 유카까지 모두 살해 동기는 있지만 알리바이는 불확실하다는 것을 깨달은 호카리는 가족 전원이 용의자라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원래 작품을 고를때 줄거리를 주의깊게 읽고 선택하지는 않아서, 처음 책 표지의 홍보문구를 봤을때 '가족 전원이 수상한 집'이라고 하길래 기이한 성향을 가진 가족을 다룬 이야미스 계열 작품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집단 괴롭힘과 이로부터 비롯되는 온갖 사회 문제가 뒤섞인 사회파 미스터리라 놀랐다. 사회파 미스터리로 유명한 나카야마 시치리지만 의외로 노골적으로 사회 문제를 건드리는 작품은 드문 편이라 꽤 신선한 느낌도 들었다.
괴롭힘 당하는 아이를 알고도 방치하는 학교와 선생님, 사건이 일어났을때 자극적인 부분만 소비하는 언론, 정의라는 이름 아래 무분별한 신상털이와 테러를 남발하는 대중 등 어찌보면 흔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문제를 마주하고 갈등하는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서 그런지 뻔한 이야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주인공인 호카리가 처음부터 불합리한 사회에 순응하려는 우유부단한 인물로 나옴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진행되며 가장 이성적이고 올곧은 면모를 보여주는 점이나, 그의 가족들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으로 부당함을 겪었음에도 선과 악을 넘나들며 복잡한 내면을 드러내는 등 결국 인간이란 특정 직업이나 신념, 또는 피해자-가해자로 딱 떨어지게 구분할 수 없다는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결말 자체가 시원한 것은 아니고, 여전히 등장인물 각자가 내면의 문제를 안고 있기에, 책을 덮고 나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
진범이 동생의 사건으로 인해 수험 준비에 방해를 받아 짜증이 났던 오빠 게이야였다는 반전은 조금 뜬금없었지만 여러모로 인상깊기도 했다. 워낙 반전을 자주 쓰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이니만큼 호카리 가족 중에는 범인이 없지 않을까 예상하긴 했지만, 오오와 가족을 호카리 가족과 대비되게 피해자가 된 가해자 가족이라는 편견 탓에 쉽게 생각을 못했었다.
초등학생 아이가 집단 따돌림을 당하여 자살 시도를 하고, 그 가해자 아이는 살해당하는 와중에 굳이 오빠가 수험생이라는 이야기를 강조하는 것이 자기 자식만을 아끼는 광적인 부모의 모습을 조명하는 줄 알았는데, 살인사건의 동기로서 활용된 것도 의외였고.
이와 함께 과열된 입시 경쟁이나 일본의 유토리 세대 문제 등을 곁다리로 건드린 것 같아 정말 다양한 문제점을 다루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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