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이 마을에서 by. 사노 히로미 ★★★☆
마지막 독서일: 2024.01.03
변호사 이와타 기쿠코에게 자신이 그녀의 오랜 친구의 딸이라 주장하는 여자가 찾아온다. 자신이 19년 전 일가족이 실종된 이와타의 친구 모츠즈키 료코의 딸 모츠즈키 마키라며 다른 가족들이 어떻게 됐는지 조사해달라는 그녀의 부탁에, 이와타는 조사원 마사키 유이치에게 사건 조사를 지시한다.
모츠즈키 마키의 신원과 모츠즈키 일가 실종 사건을 조사하던 마사키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마을'을 지향하는 하토하 지구에 도달하게 되고, 외부인을 극도로 경계하며 폐쇄적으로 구는 마을 사람들에 위화감을 느낀다. 과거 마을에서 일어났던 유괴 살인 사건과 모츠즈키 일가의 실종 사건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알게된 마사키는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마을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숨기는 비밀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폐쇄적인 마을에서의 집단 심리와 동조 압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안전한 마을을 만들자'는 대의명분 아래 무지성으로 터무니없는 규칙을 따르는 하토하 지구 사람들의 모습에서 섬뜩함이 느껴졌다. 동시에 다른 환경에서 비슷한 경험을 가진 마사키와 이와타를 적절히 배치해 이것이 단순히 한 마을에 국한된 것이 아닌, 사회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지구장의 말 한마디에 마을 주민을 왕따시키면서 정작 분명한 이유도 알지 못한채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마을 사람들의 묘사에서 소름이 끼쳤는데, 대중 여론에 휘둘리기 싶고 분위기에 따라 반응이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특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다만 미스터리적으로는 모츠즈키 마키의 정체라든가 모츠즈키 일가 실종 사건의 진상 자체에 그다지 큰 임팩트가 없으며, 중반부 조력자로 만나게 된 노인 곤도가 지나치게 유능해 전반적으로 별다른 위기나 어려움 없이 전체 사건이 해결된 점도 아쉬웠다. 스토리 상으로 십수년에 걸쳐 비밀을 간직해온 마을이 이와타와 마사키의 등장으로 지나치게 간단하게 무너져버리지 않았나 싶다.
하토하 지구 주민들의 심리 묘사 자체는 좋았으나 조금 모자란 느낌도 들었기 때문에, 사건보다는 마을의 어두운 면에 좀더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갔더라면 더 매력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중간부터 노골적으로 유괴 살인 사건의 범인이 스가이 지구장의 아들임을 드러내는데, 정작 직접적으로 범인의 이름이 언급되는건 결말부에 다다라서였기에 조금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감상에 지장이 있는건 아니었지만, 주어진 단서들이 굳이 숨기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 수준이라 굳이 범인을 언급하지 않는 것에 좀 위화감이 들었달까. 그래서 오히려 다른 반전이 있는건가 하고 괜히 꼬아서 생각하다가 마지막까지 평범하게 마무리되어 김이 샌 듯.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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