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포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유작과 미발표작, 필명 발표 작품까지 수록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제25권 『빅포』.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아주 평범하고 우아해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빚어진 감정이 범상치 않은 범죄를 낳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생 동안 작가가 품어 왔던 상처와 애증, 경건함과 독선, 관계의 이면, 대범함과 죄책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마음이 세밀한 묘사와 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
저자
애거서 크리스티
출판
황금가지
출판일
2013.05.27

 

마지막 독서일: 2020.11.11

 

세계 정복을 목표로 한다는 비밀 범죄 조직 '빅 포'. 중국인, 영국인, 프랑스인, 미국인으로 구성된 이 조직과 관련된 사건에 말려들게 된 에르큘 푸아로는 이 조직을 수면 위로 끌어내 처단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한다. 푸아로의 추적을 한발 앞서 교묘히 피해가는 조직의 솜씨에 푸아로의 수사는 난항에 빠지고, 조직에서 보낸 암살자에 목숨을 위협받게 된다.

 

감히 말하건대 애거서 크리스티 최악의 작품. 일단 크리스티의 첩보 모험물 자체가 그닥 퀄리티가 높은 편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캐릭터나 스토리에 따라 작품 자체는 즐길만한 경우도 꽤 있었는데, 이 작품은 크리스티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 에르큘 푸아로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영 아니었다.

 

번번히 푸아로를 앞지르는 정체불명의 비밀 범죄조직이라는 설정은 충분히 매력적인데도 일어나는 사건들이 너무 지리멸렬한 느낌이라 아쉬웠다. 작중에서는 푸아로 인생 최대의 사건이라며 띄워주는 묘사가 있는 것과는 천지차이. 딱히 푸아로의 날카로운 추리가 드러나는 에피소드도 없고, 어영부영 진행되다 결국 싱겁게 끝나버려 사건 해결에서 느껴지는 쾌감보다 이렇게 끝나는건가, 하는 아쉬움만 남았다.

 

스포일러

이 작품의 단 하나의 의의를 꼽자면, 마지막에 범인을 속이기 위해 푸아로가 자신과 똑같이 생겼지만 능력이 더 뛰어난 형 '아킬 푸아로' 행세를 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에르큘 푸아로 시리즈>가 여러모로 <셜록 홈즈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만큼 셜록 홈즈와 마이크로프트 홈즈의 오마주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사실 아킬 푸아로 자체가 푸아로가 꾸며낸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크리스티의 유머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을 읽으면서 유일하게 즐거웠던 부분. 특히 푸아로의 연기에 감쪽같이 속아넘어간 헤이스팅스가 압권.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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