랫맨 by. 미치오 슈스케 ★★★★
마지막 독서일: 2024.01.04
어린 시절 누나의 죽음과 관련된 기억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히메카와 료.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14년째 이어온 아마추어 카피밴드의 기타리스트로, 다가올 라이브를 위해 스튜디오를 빌려 연습에 매진한다.
한편 밴드의 전 드러머이자 그의 연인인 히카리의 임신 소식에 그녀의 바람을 의심하면서도, 그녀의 여동생 게이와 미묘한 감정을 공유하는 등 서로 간의 관계는 복잡해져간다. 묘한 기류가 흐르던 와중 연습 스튜디오에서 히카리의 시체가 발견되고,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히메카와는 자신의 과거와 얽힌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미치오 슈스케 특유의 서정적이고 끈적한 문체와 잘 짜여진 복선을 기반으로 한 여러차례의 반전이 훌륭하게 어우러진 수작. 특히 주인공 히메카와의 과거 스토리가 작가의 수려한 필력과 만나 상당히 절절한 인상을 준다. 대개 트릭과 사건 중심으로 작품이 진행되며 문학성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추리소설 장르에서, 미치오 슈스케는 드물게 문학성과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를 다 잡아내는 작가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히카리의 죽음 자체는 정석적인 본격 미스터리의 트릭과 추리 전개를 보여주면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며 연이어 몰아치는 반전의 임팩트 역시 훌륭했다.
밴드와 스튜디오와 관련된 이야기가 꽤 전문적으로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이쪽에 그다지 지식이 없어서 쫓아가기 힘든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특히 사건 자체가 스튜디오 내부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보니 이해하는데에 좀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락밴드와 관련된 비유도 제법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해당 분야에 지식이 있다면 조금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히메카와가 범인인 듯 서술해놓고 사실은 진범이 따로 있었다는 전개는 미치오 슈스케의 전형적인 미스리딩이라 크게 놀랍지는 않았지만, 이를 히메카와가 과거에 겪은 누나의 죽음과 엮어 이중반전을 만들어낸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의 누나가 아버지에게 몹쓸짓을 당했으리라 예상하면서 읽었는데, 이마저도 미스리딩이었다는 점에 놀랐다.
이후 히메카와가 생각했던 두 사건의 범인들이 전부 진범이 아닌 오해였다는 반전은 처음엔 조금 과하게 비튼게 아닌가 했지만, 그의 어머니가 딸을 죽였다고 생각한 것도, 게이가 언니인 히카리를 죽였다고 생각한 것도, 심지어 그의 어머니가 자신 때문에 딸이 자살했다고 생각해 괴로워한 것까지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이 밝혀지며 히메카와의 감정이 폭발하는 마지막 장을 읽고 나니 철저하게 짜여진 스토리 전개라고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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