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의 대표작『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소년탐정 '김전일(긴다이치 하지메)'의 할아버지인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시리즈 중 하나로, 77편에 달하는 시리즈 중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타락한 귀족 가문에서 일어난 3중 살인사건을 명쾌한 추리로 해결하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펼쳐진다. 1947년, 10명을 독살하고 보석을 강탈한 전대미문의 '천은당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몰락한 가문의 츠바키 자작은 간신히 혐의를 벗지만, 범죄자로 몰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맨다. 그 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악마와 와서 피리를 분다>라는 플루트 곡과 함께 츠바키 자작의 환영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는데…. 옛 귀족들의 타락을 배경으로 한 원념은 연쇄적인 비극을 낳고,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그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파헤친다. 이 소설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제 '제국은행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전후의 혼란과 귀족 계급의 몰락 등 당대의 사회상을 반영하였다. 주로 오랜 인습이 낳은 범죄를 그렸던 작가의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저자
요코미조 세이시
출판
시공사
출판일
2009.07.15

 

마지막 독서일: 2022.05.16

 

과거 10명을 독살하고 보석을 강탈한 전대미문의 강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몰락귀족 츠바키 자작. 알리바이를 대고 풀려났지만, 이를 비관해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다. 이후 딸인 미네코가 아버지의 죽음과 가문에 얽힌 비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면서, 긴다이치 코스케가 바로 이 몰락해가는 귀족 가문의 집에 방문하게 된다. 츠바키 자작의 유서에 나와있는 것과 같은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라는 곡의 플루트 소리와 함께 츠바키 자작의 환영이 보이기 시작하고, 급기야 끔찍한 연쇄살인이 일어나기에 이른다.

 

<긴다이치 시리즈> 특유의 기괴하면서도 처절한 분위기, 그리고 한 가문에 얽힌 끔찍한 사연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몰락해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귀족 가문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오컬트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져 한층 공포를 더해주고 있고, 끔찍하다 못해 저주스럽기까지 한 사연에 얽힌 사건의 동기와 더불어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라는 제목의 진의가 밝혀지는 엔딩장면은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얽힌 사연에 비해 밀실 트릭과 추리 파트는 살짝 미묘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으레 한 마을 내에서 사건을 해결하던 긴다이치가 다른 지역으로 원정까지 떠나며 고군분투 하는 모습은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다.

 

더보기

<긴다이치 시리즈> 대부분의 작품이 사건의 이면에 처절하고 암울한 과거가 숨겨져 있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현대 정서에 극단적으로 반하는 '근친상간'을 소재로 해서 그 중에서도 특히 끔찍한 인물관계가 얽힌 작품인 것 같다. 과거 뿐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는 집안의 근친상간은 애교인 수준이고, 범인인 미시마 도타로가 근친상간으로 인해 태어나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데다가, 이후 의식하지 못한채 배다른 남매와 사랑에 빠져 연인의 자살을 목도한 것은 그야말로 2대에 걸친 저주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츠바키 자작의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가 사실 손가락이 몇개 없는 도타로를 나타내는 곡이었다는 반전도 인상적이었는데, 가문의 '악마' 도타로가 플루트를 연주하다 자살하여 '악마는 피리불기를 마침과 동시에 세상을 등졌다'라고 마무리 되는 엔딩이 무척 절절하게 느껴졌다.

 

나만의 별점: ★★★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