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은 일요일 by. 슈노 마사유키 ★★★★☆
마지막 독서일: 2022.12.16
프랑스 시인 말라르메 연구가인 즈이몬 류시로는 소라고둥 모양의 저택 '범패장'에서 '화요회'라는 모임을 주최한다. 그날 밤 불가사의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명탐정 미즈키 마사오미의 활약으로 사건은 무사히 해결된다.
사건이 일어난 지 14년 후, 당시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재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 현대의 명탐정 이스루기 기사쿠. 명탐정이 멋지게 해결한 사건을 다시 조사하라니 과연 당시 추리에 어떤 오류가 있었던 것인지 의심과 호기심이 동한 이스루기는 과거 관계자들을 만나고 '범패장'에 방문하며 사건을 쫓기 시작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남자의 시점에서 기묘한 분위기로 시작되는 프롤로그부터, 14년 전 일어난 사건과 그 사건을 현대에 들어 다시 파헤치는 이스루기 기사쿠의 시점이 교차되며 전개되는 중반부,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며 긴박감을 주는 후반부까지 모든 부분이 흥미롭고 몰입감이 있어서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가는 소설이다.
과거의 사건을 현재에 다시 파헤친다는 점과 '범패장'이라는 기묘한 저택이 얽힌 사건이라는 점에서 아야츠지 유키토의 <흑묘관의 살인>을 떠오르게 한다. 마침 비슷하게 불가사의하고 묘한 분위기를 띠고 있어서 비교해보며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데뷔작인 <가위남>에서 이미 교묘하고 충격적인 트릭을 펼친 전적이 있는 작가인데, 이 작품에서는 한층 더 획기적이고 변칙적인 트릭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그 트릭에 대한 단서 제시가 공정한가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거의 반칙에 가까운 기법을 사용하고 있어서 복선의 치밀함을 중요시하는 독자라면 조금 황당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명탐정 미즈키 마사오미의 실제 모델이 여성이었다는 트릭은 실제 인물과 소설 속 인물이 같은 성별일거라는 편견을 이용한 트릭이라고 어찌어찌 넘어가더라도, 이스루기와 아유이를 헷갈리게 만드는 트릭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반칙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스루기와 아유이가 각기 다른 저택을 방문하면서도 거의 같은 경험을 하는지라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2장 첫머리에 '이스루기는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살해 당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에 영락없이 살해당하는 것은 이스루기라고 생각해버렸다. 물론 너그럽게 생각하면 '자신이 살해당했다'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영 찝찝한 것은 사실.
뭐 개인적으로는 트릭의 공정성보다는 깜짝 놀랄 반전과 뒷통수 맞는 기분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작품의 평가를 떨어뜨릴만한 부분은 아니었지만.
마지막에 부록처럼 수록되어있는 <밀/실>이라는 중단편도 인상적이었는데, 이 작품 역시 과거 미즈키가 해결했던 사건과 시간이 흐른 후 이스루기가 같은 장소를 방문하여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울 속은 일요일>보다는 훨씬 가벼운 단편이지만 트릭이 제법 신박하고, 또 미즈키의 사건과 이스루기의 사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소소하게 재미있었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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