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벨 죽이기 by. 고바야시 야스미 ★★★★☆
마지막 독서일: 2022.06.11
오래전, 함께 네버랜드를 탐험했던 웬디와 아이들을 피터팬이 찾아와 다시 한번 네버랜드로 이끈다. 마침 배고픈 아이들에게 잡아먹히려던 도마뱀 빌은 웬디에게 구해져 함께 네버랜드로 향하는데, 모두가 도착한 네버랜드에서 팅커벨이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한편 지구의 이모리는 동창회에서 네버랜드의 아바타라들과 조우하고, 네버랜드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들로 인해 지구에서도 계속해서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메르헨 죽이기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자 마지막이 된 작품으로, 황당하고 이상한 세계여도 국가로서 규칙과 법률이 정립되어 있던 전작들과는 달리 무질서한 네버랜드의 분위기가 더욱더 기묘하고 잔혹한 느낌을 준다.
또한 특이하게 네버랜드의 사건과 동시에 지구의 이모리가 클로즈드 서클에 갇히게 되어 네버랜드뿐만 아니라 지구에서도 긴박한 느낌을 주면서, 양쪽을 오가는 이야기의 스릴감이 더더욱 인상적이다. 여러모로 같은 설정 아래서 사건을 변주하는 작가의 능력이 무척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도마뱀 빌과 네버랜드 주민들의 어이없는 말장난도 여전히 재미있었고, 비슷한 듯하면서도 매번 다르게 뒤통수를 치는 아바타라와 범인의 정체도 인상적이었다. 원작의 고증을 살리면서도 미묘하게 비틀어 위화감을 주는 부분이 작품의 그로테스크함을 살리고 오싹함을 더해주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시리즈인데 작가가 고인이 되어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피터 팬'과 진범인 '피터 달링'의 이름이 모두 '피터'라는 것을 활용한 서술트릭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 반전을 알고 책을 다시 읽었을 때, '피터 팬'이라고 제대로 언급한 부분과 '피터'라고만 언급한 부분의 차이를 보면서 고바야시 야스미의 치밀한 설계에 감탄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만악의 근원이자 웬디의 아바타라인 후쿠 가기오가 맞이한 결말인데, 아바타라가 죽음을 당하면 마지막으로 잠들었던 때로 리셋된다는 설정을 활용해 끔찍한 죽음의 무한루프 속에 갇혀버린다는 엔딩이 소름이 끼쳤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장난감 수리공>의 단편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남자>가 떠오르기도 하고, 고바야시 야스미 특유의 그로테스크함이 잘 느껴지는 엔딩이었던 것 같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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