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을 마치고
애거서 크리스티를 대표하는 캐릭터 ‘명탐정 푸아로’.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은 그가 등장하는 인기 작품들을 엄선한 시리즈로 푸아로의 데뷔작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을 비롯해 ‘뉴욕 타임스’에 부고가 실린 유일한 가상의 인물이라는 기록을 남긴 푸아로의 은퇴 작품 《커튼》 등 의미 있는 작품을 엄선해 세련된 표지로 선보인다.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제9권 『장례식을 마치고』. “오빠는 살해당했잖아요, 안 그래요?” 언제나 당혹스럽게 구는 코라 랑크스네가 새처럼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하며 그 말을 내뱉은 순간, 갑부 리처드 애버네티의 유언장 내용을 듣기 위해 장례식에 참석했던 유족들은 경악에 빠진다. 집안의 고문 변호사 엔트휘슬은 코라의 말도 안 되는 부적절한 발언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다음 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코라가 끔찍하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엔트휘슬은 친구 푸아로를 찾아가서 자신의 마음 속 걱정을 모두 털어놓는다. 푸아로는 엔트휘슬의 의뢰를 받아 거액의 유산에 얽힌 치밀한 살인 계획의 비밀을 밝히는 일에 착수하는데…….
저자
애거서 크리스티
출판
황금가지
출판일
2015.07.10

 

마지막 독서일: 2021.03.07

 

막대한 재산을 남기고 숨을 거둔 리처드 애버네티의 장례식. 유산 상속을 위해 장례식에 참석한 친척들은 저마다 위로의 말을 나누지만, 막내 여동생 코라 랑크스네가 던진 '오빠는 살해당했다'라는 말에 다들 경악에 빠진다. 평소에도 말을 생각없이 하는 것으로 유명한 코라의 말을 다들 말실수라 치부하며 어떻게든 넘어가지만, 다음 날 코라는 끔찍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일련의 사건에 미심쩍은 분위기를 느낀 고문 변호사 엔트휘슬은 친구인 에르큘 푸아로에게 사건 조사를 의뢰한다.

 

 

갑부 리처드의 장례식을 계기로 개성 강한 인물들이 한 곳에 모이고, 표면적으로 평화로워보이던 관계가 툭 던져진 말 한마디로 인해 파문이 일고 상황이 급변하는 전개가 흥미로웠다. 서로가 본심을 숨긴 불안정한 심리와 미묘한 갈등을 그려내는 것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특기인만큼, 인물들의 심리 면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는 작품.

 

여기에 그러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심문을 하며 의외의 진실을 계속해서 밝혀내는 푸아로의 안락의자형 추리도 볼만했는데, 역시 푸아로는 역동적으로 상황이 바뀌는 사건보다는 이렇게 인물들의 내밀한 감정과 과거, 숨겨진 진실 등이 중요한 밀도 높은 사건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반전 자체도 나쁘지 않았고, 범인이 밝혀지는 상황 전개나 이후 범인의 행보 등이 어딘지 살짝 뒤틀려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전반적으로 어느 한부분이 특색이 있다기보다는, 두루두루 퀄리티가 높은 수작.

 

스포일러

코라가 살해당한 동기가 사실 그녀가 장례식 후 했던 말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장례식을 마치고>라는 제목마저 미스리딩에 활용했다는 점에 굉장히 놀랐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많이 읽어 패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다가도 번번히 또 당하게 되는 것이, 크리스티의 독자를 휘두르는 솜씨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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