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을 마치고 by. 애거서 크리스티 ★★★★☆
마지막 독서일: 2021.03.07
막대한 재산을 남기고 숨을 거둔 리처드 애버네티의 장례식. 유산 상속을 위해 장례식에 참석한 친척들은 저마다 위로의 말을 나누지만, 막내 여동생 코라 랑크스네가 던진 '오빠는 살해당했다'라는 말에 다들 경악에 빠진다. 평소에도 말을 생각없이 하는 것으로 유명한 코라의 말을 다들 말실수라 치부하며 어떻게든 넘어가지만, 다음 날 코라는 끔찍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일련의 사건에 미심쩍은 분위기를 느낀 고문 변호사 엔트휘슬은 친구인 에르큘 푸아로에게 사건 조사를 의뢰한다.
갑부 리처드의 장례식을 계기로 개성 강한 인물들이 한 곳에 모이고, 표면적으로 평화로워보이던 관계가 툭 던져진 말 한마디로 인해 파문이 일고 상황이 급변하는 전개가 흥미로웠다. 서로가 본심을 숨긴 불안정한 심리와 미묘한 갈등을 그려내는 것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특기인만큼, 인물들의 심리 면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는 작품.
여기에 그러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심문을 하며 의외의 진실을 계속해서 밝혀내는 푸아로의 안락의자형 추리도 볼만했는데, 역시 푸아로는 역동적으로 상황이 바뀌는 사건보다는 이렇게 인물들의 내밀한 감정과 과거, 숨겨진 진실 등이 중요한 밀도 높은 사건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반전 자체도 나쁘지 않았고, 범인이 밝혀지는 상황 전개나 이후 범인의 행보 등이 어딘지 살짝 뒤틀려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전반적으로 어느 한부분이 특색이 있다기보다는, 두루두루 퀄리티가 높은 수작.
코라가 살해당한 동기가 사실 그녀가 장례식 후 했던 말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장례식을 마치고>라는 제목마저 미스리딩에 활용했다는 점에 굉장히 놀랐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많이 읽어 패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다가도 번번히 또 당하게 되는 것이, 크리스티의 독자를 휘두르는 솜씨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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