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없는 살인의 밤
미스터리 거장은 단편마저 읽는 맛이 특별하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소설가 목록에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30년 전 작품을 새로 단장해 출간한다. 바로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이다. 이 책은 단편집이 전할 수 있는 모든 미덕을 갖췄다. 짤막한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오락성, 긴박함, 슬픔, 처절함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모두를 순식간에 뒤통수 얼얼한 반전으로 이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오랜 팬들에게는 그의 명작을 새로 읽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또한 속도감 있는 전개와 짤막한 글을 선호하는 최근의 독서 취향에도 꼭 맞는다. 학창 시절 내내 함께한 친구가 갑자기 자살해 버리자 사건의 전말을 알고자 나름의 수사를 벌이던 소년이 맞닥뜨린 진실에 관한 이야기(「작은 고의」), 영아 살인이라는 끔찍한 소재로 더 끔찍한 이야기를 꺼내는 「어둠 속 두 사람」, 우연히 마주친 인연과 미처 나누지 못한 풋풋한 감정을 다룬 「춤추는 아이」, 돈 때문에 살고 죽는 부부의 현실에 대한 「끝없는 밤」, 경기 압박이 불러온 선수의 극단적 선택을 그린 「하얀 흉기」까지 이 책은 그의 초기 발표작 중에서 1985년부터 1988년까지 분게이?주와 고분샤 문예지에 실린 단편을 모아 한 권으로 엮었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작가’라는 호칭을 준 『방과 후』의 여러 모티브를 작품 곳곳에서 찾을 수 있어 이 역시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분량 제약에도 완벽한 전개로 독자를 만족시키는 히가시노 게이고. 표제작 「범인 없는 살인의 밤」까지 읽고 나면 제목마저 ‘그답다’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일
2021.03.23

 

마지막 독서일: 2022.05.23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흔히 있을법한 사소하고 미묘한 감정들, 그 감정들에서 비롯된 별거 아닌듯한 균열들이 끔찍한 비극을 만들어낸 사건들을 다룬 단편집. 각 이야기마다 서로 다른 인간의 어두운 욕망이 보여주는 스릴과 서스펜스가 담긴 소설이다.

 

 

사실 제목만 보고 미필적 고의, 혹은 살인은 있지만 범인은 구체적으로 지목할 수 없는 교묘한 상황들을 다룬 작품일까 해서 기대했는데, 일부 그런 단편도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냥 무난한 추리소설 단편집이라 기대에서는 조금 벗어나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래도 단순히 책만 놓고 봤을때는 각 단편의 퀄리티가 그럭저럭 나쁘지 않고, 무난하고 가볍게 읽기에 좋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타이틀작인 '범인 없는 살인의 밤'과 '춤추는 아이'가 가장 좋았고, 지금껏 히가시노 게이고는 좀 담백한 글을 쓴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둠 속의 두 사람'의 결말이 매우 찝찝하고 불쾌해서 기억에 남았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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