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by. 히가시노 게이고 ★★★
마지막 독서일: 2024.01.22
서양의 별장을 짓고 온갖 보석을 수집하며 호화로운 삶을 살기를 꿈꾸며 부자 남자와의 결혼을 노리는 컴패니언 오다 교코. 하나야 보석점의 고객 감사 파티에서 점찍어둔 재벌남 다카미에게 작업을 걸던 중, 동료인 에리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경찰은 밀실인 호텔 방에서 독을 마신 에리의 죽음을 삼각 관계를 비관한 자살로 추정하지만, 교코는 그녀의 죽음에 미심쩍은 생각을 품는다.
그러던 중 다카미가 에리의 사건에 묘한 관심을 보이는 것을 알게 된 교코는, 사건에 대한 정보를 미끼로 그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마음 먹는다. 마침 그녀의 옆집에 사건 담당 형사인 시바타가 이사를 오면서 예상 외의 정보망을 손에 넣은 교코는 에리에 대한 애도와 그녀의 목표를 위해 사건 조사에 나선다.
국내에는 비교적 최근에 소개되었지만 작품 자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으로, 고전적이고 정석적인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다. 밀실인 호텔 방에서 일어난 독살 사건에, 우연히 만나 티격태격 사건을 함께 쫓는 남녀 콤비, 피해자가 쥐고 있는 과거의 비밀과 뜬금없는 암호로 남겨진 단서 등에서 좋게 말하면 클래식, 나쁘게 말하면 올드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
돈 많은 남자를 꼬셔서 부자집 사모님이 되겠다는 교코의 고군분투가 소소하게 재미있고, 교코와 시바타 형사의 케미스트리가 좋아서 가볍게 술술 읽기 좋았던 것 같다. 원대한 계획치고는 교코 자체가 조금 어수룩하고 헛점이 많은 캐릭터라, 진지한 미스터리보다는 유머러스함에 초점을 맞추면 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코지 미스터리.
다만 중간중간 단서를 얻게되는 상황이나 암호 메세지 등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어찌보면 억지로 퍼즐을 우겨넣는 고전 작품들의 단점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암호까지 섞어가며 엄청난 비밀을 품고 있을 듯 했던 숨겨진 과거 사건들이 생각보다 싱거웠고, 가장 중심이 되었어야할 밀실 트릭과 에리의 죽음의 진상 역시 너무 허술해서 많이 아쉬움이 남았다.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한 작품에 담으려다 이야기의 흐름이 중구난방이 된 느낌. 밀실 트릭에 집중했다가, 갑자기 암호 풀이가 등장하고, 피해자의 과거를 파헤치는가 싶더니 컴패니언 회사와 하나야 보석점의 비밀이 나오는 등 조금 정신이 없었다. 캐릭터적으로도 처음엔 시바타 형사과 교코가 메인 콤비인가 했더니 중반부터는 나오이 형사를 비롯한 동료 형사들이 함께 추리를 진행하는 등 일관성이 없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첫 연재작품이라고 하니 어느정도 감안하긴 해야할 듯 하다.
교코와 시바타의 관계성이 전형적인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 콤비처럼 보였기 때문에, 작품 내내 교코가 노리던 다카미와의 관계가 어떻게 정리될지 기대했는데, 극후반부에 얼렁뚱땅 넘어가버린 느낌이라 많이 아쉬웠다.
특히 다카미 자체가 사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였고, 은근히 검은 속내를 감추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에 그가 제법 큰 비밀을 숨기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정작 범인은 전혀 엉뚱한 인물이었고, 다카미는 진범의 과거 사건 속에서 협박 당한 여동생을 위해 사건을 조사했을 뿐인 선량한 인물이라는게 영 실망스러웠다.
물론 반전이라면 반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재미도 감동도 없는 싱거운 반전이라는 느낌.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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