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의 아쓰카와 다쓰미와 『낙원은 탐정의 부재』의 샤센도 유키가 함께 도전한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이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되었다. 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압도적 1위인 출판사이다.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저우둥’, ‘하야사카 야부사카’, ‘후루타 덴’ 등 국내 미출간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없었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작품들을 블루홀식스의 사명(使命)으로 알고 출간하여 왔다.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꾸준히 출간하여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국내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 출판사만의 성과이자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초신성 두작가중편을 수록한 독특한 작품 겨루기 미스터리다. 완벽 밀실, 완전 논리! 수조성밀실사건의 진상은? & 당신은 살인을 하고도 시체 옆에서 잠들 수 있는가?
저자
아쓰카와 다쓰미, 샤센도 유키
출판
블루홀식스(블루홀6)
출판일
2023.10.31

 

마지막 독서일: 2024.01.26

 

한쪽 벽면이 거대한 유리 수조로 되어있는 게스트하우스 '수조성'에서 벌어진 밀실살인을 다룬 아쓰카와 다쓰미의 '수조성의 살인'. 범인이 자신이 살해한 피해자 옆에서 잠을 자고 사라진 기묘한 사건을 다룬 샤센도 유키의 '흔한 잠'. '미스터리 대결'이라는 명목 아래 두 작가가 선보이는 중편 미스터리 두 작품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와 <낙원은 탐정의 부재>로 각각 기발한 센스의 특수설정 미스터리를 선보였던 아쓰카와 다쓰미와 샤센도 유키. 두 작품 모두 꽤 흥미롭게 읽기도 했고, 일본 미스터리의 새로운 세대로 주목받는 작가들의 대결이라고 하니 기대감이 컸던 작품. 특히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이라는 제목 자체가 서술트릭의 냄새가 풍겼기 때문에, 서술트릭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어떤 식으로 도전해올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기대했던 방식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구성과 소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쓰카와 다쓰미의 <수조성의 살인>의 경우에는 '명탐정'을 활용하는 방식이 굉장히 신선해서 인상적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저택물 소재인 것치고는 트릭 자체는 조금 아쉬웠고,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을 떠오르게 하는 각 장마다 달린 첫머리의 힌트가 제 역할을 잘 하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샤센도 유키의 <흔한 잠>의 경우, 아주 기발한 트릭도 아니었고 어느정도 예상 범위 내의 전개였지만, 천재라 불리며 모두의 주목을 받는 여동생과 그런 여동생을 질투하며 고뇌하는 오빠의 관계성이 미스터리에 훌륭하게 녹아들어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샤센도 유키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된 계기가 되었는데, <낙원은 탐정의 부재>에서 미스터리 트릭과 따로 노는 주인공의 사연팔이가 어색하다고 느껴졌었는데, 오히려 그 사연팔이를 메인으로 두니 스토리텔링과 감성적인 필력이 꽤 괜찮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각 작품들만 놓고 봤을때는 장점도 단점도 있는 평범한 소설이었지만, 이 작품의 진면모는 마지막에 수록된 두 사람의 <집필 일기>라고 생각한다. 각자 다른 집필 성향을 가진 두 작가가 어떻게 브레인스토밍을 하여 작품을 집필했는지 과정을 그려냈는데, 미스터리 팬으로서 스토리가 차곡차곡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어 무척 재미있었다.

 

두 작가의 대결과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이라는 구성도 신선했고, <옮긴이의 말>에서 역자가 '시즌제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언급을 했는데, 백번천번 동의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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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성의 살인>에서 결국 '명탐정'의 정체가 범인을 알리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온갖 힌트를 남겨놓은 피해자였다는 반전이 꽤 인상적이었다. 범인이 자신을 죽이러 올 것이며 이를 피하지 못하리라 예상하고, 범인을 기다리며 다잉 메세지를 연구한다거나, 다른 인물들은 절대 범인이 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소품을 조작하는 등 명탐정에 대한 열망과 광기가 느껴져 좋았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에서 '당신'이 독자가 아닌 두 작가가 서로를 지칭하는 말이었다는 것이었는데, 서로가 소재로서 가지고는 있지만 스스로는 풀지 못할 수수께끼를 서로에게 주고 대결한다는 방식이 무척 신선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이 기획이 계속 되어 다양한 작가들의 대결을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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