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죽이기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고바야시 야스미의 미스터리 소설 『앨리스 죽이기』. 세심한 규칙과 논리적 설정으로 미스터리의 틀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서도 호러소설의 실력자다운 잔혹 묘사를 더해 일반적인 미스터리와 다른 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저자만의 특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적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의 접목을 시도한 작품이다. 앨리스가 도마뱀 빌과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달걀 험프티 덤프티가 여왕의 정원 담 위에서 추락사한다. 3월 토끼와 미치광이 모자 장수는 살인사건이라며 호들갑을 떨어대고, 앨리스는 사건 현장에서 그녀를 보았다는 목격자 흰토끼의 증언 때문에 용의자로 몰린다. 한편 3월 토끼와 모자 장수가 등장하는 이상한 꿈에 시달리던 대학원생 아리는 같은 대학의 연구원 오지가 옥상에서 추락사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동기인 이모리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그가 자신과 같은 꿈을 꾸고 있음을 알게 된 아리는 각기 다른 두 세계에서 일어난 죽음이 하나로 이어져 있으며, 자신들이 각각 앨리스와 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두 사람은 앨리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흰토끼를 찾아가기로 하지만, 곧 또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더 큰 위기가 닥쳐오는데…….
저자
고바야시 야스미
출판
검은숲
출판일
2015.12.21

 

마지막 독서일: 2020.11.08

 

'이상한 나라'에서 험프티 덤프티가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흰 토끼의 목격 증언 탓에 졸지에 용의자로 몰린 앨리스는 도마뱀 빌과 함께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한편 계속해서 '이상한 나라'에서의 꿈을 꾸던 대학원생 아리는 동기인 이모리 역시 같은 꿈을 꾸고 있음을 알게 되고, '이상한 나라'와 현실의 세계가 연결되어 있으며 '이상한 나라'에서 누군가 죽으면 그 인물과 연결된 현실 세계의 사람도 죽음을 맞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두 사람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누명을 쓰고 사형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두 세계를 오가며 고군분투하지만, 새로운 살인이 일어나며 사건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진다.

 

 

서양풍 동화의 세계를 모티브로 한 세계관에 본격 미스터리를 접목시킨 <메르헨 죽이기 시리즈>의 기념비적인 첫번째 작품. 작가의 죽음으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안타까운 시리즈인데, 그중에서도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것이 바로 이 <앨리스 죽이기>다. 밝고 아름다운 동화와 상반되는 잔혹하고 고어도 높은 사건과 적나라한 묘사가 그로테스크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주어 매력적인 소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 다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지만, 워낙 고증이 디테일해서 원작을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보인다. 물론 나처럼 원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작품 자체를 즐기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훌륭한 작품이기도 하다.

 

단순히 동화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것 뿐만 아니라, 이 동화의 세계가 꿈을 통해 지구의 인간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독특한 세계관을 활용, 동화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교차시키는 스릴감 있는 전개가 특징. '이상한 나라'에서의 살인사건,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등장인물들과 연결된 지구의 인물의 정체라는 두 가지 미스터리를 밸런스 있게 다루고 있고, 두 가지 모두 세밀하게 짜인 트릭과 임팩트 있는 반전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특수설정 미스터리라고 꼽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유일한 진입장벽이라면 언어유희의 끝판왕이라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만큼 작품 내내 상식에서 벗어난 말장난과 헛소리가 계속된다는 점. 나의 유머코드에는 딱 맞아들어서 즐겁게 읽었지만, 등장인물들 간의 정신없는 대화 탓에 특히 초반부에 하차하는 독자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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