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죽이기 by. 고바야시 야스미 ★★★★★
마지막 독서일: 2020.11.08
'이상한 나라'에서 험프티 덤프티가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흰 토끼의 목격 증언 탓에 졸지에 용의자로 몰린 앨리스는 도마뱀 빌과 함께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한편 계속해서 '이상한 나라'에서의 꿈을 꾸던 대학원생 아리는 동기인 이모리 역시 같은 꿈을 꾸고 있음을 알게 되고, '이상한 나라'와 현실의 세계가 연결되어 있으며 '이상한 나라'에서 누군가 죽으면 그 인물과 연결된 현실 세계의 사람도 죽음을 맞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두 사람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누명을 쓰고 사형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두 세계를 오가며 고군분투하지만, 새로운 살인이 일어나며 사건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진다.
서양풍 동화의 세계를 모티브로 한 세계관에 본격 미스터리를 접목시킨 <메르헨 죽이기 시리즈>의 기념비적인 첫번째 작품. 작가의 죽음으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안타까운 시리즈인데, 그중에서도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것이 바로 이 <앨리스 죽이기>다. 밝고 아름다운 동화와 상반되는 잔혹하고 고어도 높은 사건과 적나라한 묘사가 그로테스크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주어 매력적인 소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 다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지만, 워낙 고증이 디테일해서 원작을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보인다. 물론 나처럼 원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작품 자체를 즐기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훌륭한 작품이기도 하다.
단순히 동화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것 뿐만 아니라, 이 동화의 세계가 꿈을 통해 지구의 인간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독특한 세계관을 활용, 동화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교차시키는 스릴감 있는 전개가 특징. '이상한 나라'에서의 살인사건,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등장인물들과 연결된 지구의 인물의 정체라는 두 가지 미스터리를 밸런스 있게 다루고 있고, 두 가지 모두 세밀하게 짜인 트릭과 임팩트 있는 반전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특수설정 미스터리라고 꼽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유일한 진입장벽이라면 언어유희의 끝판왕이라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만큼 작품 내내 상식에서 벗어난 말장난과 헛소리가 계속된다는 점. 나의 유머코드에는 딱 맞아들어서 즐겁게 읽었지만, 등장인물들 간의 정신없는 대화 탓에 특히 초반부에 하차하는 독자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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