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캡슐
‘도착 시리즈’, ‘○○자 시리즈’ 등으로 한국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오리하라 이치의 미스터리 스릴러.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편지 한 통이 15년 만에 배달되면서 평온한 일상을 뒤흔들고 극심한 혼돈에 빠뜨리는 일곱 가지 사건을 묶은 연작소설로, 국내에는 꽤 오랜만에 번역 출간되는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 생활 30년의 정수가 담긴 역작이자, 오리하라 이치표 서스펜스를 기다려 온 팬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설이 될 것이다. 사랑 고백, 어머니에게 보낸 아들의 유서, 퇴직 후 고마웠던 상대에게 보내는 인사 편지, 프러포즈한 여성의 새끼손가락을 자르겠다는 협박 편지, 문학상 수상 통지……. 저마다의 용건을 담은 편지들이 ‘포스트 캡슐’ 기획에 의해 15년 만에 배달되고, 이 편지들은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을 불러일으킨다. 후반부를 읽을 때까지 연관성 없어 보이던 일련의 사건들이 종국에 서로 이어지고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면서, 과연 독자들을 감쪽같이 속여 넘기는 작가 특유의 서술 트릭이 어김없이 빛을 발하고 드라마에 깊이를 더한다.
저자
오리하라 이치
출판
문학수첩
출판일
2023.11.22

 

마지막 독서일: 2024.02.08

 

좋아하는 여성에게 보내는 프로포즈, 사람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겠다는 아들의 유서, 상사에게 보내는 안부 인사, 돈을 주지 않으면 사랑하는 여성의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협박 편지, 문학 신인상의 수상 통지서, 가출한 손녀에게 도움을 청하는 노망난 할머니의 편지까지, 각자의 사연을 가진 편지가 우체통에 넣어진지 15년 만에 배달된다. '포스트 캡슐'이라는 기획 아래 15년 만에 도착한 편지는 발신인과 수신인 모두를 예기치 못한 사건에 빠뜨리며 의외의 결과를 불러온다.

 

 

작품 대부분에 서술트릭을 활용해서 '서술트릭이 들어간 작품이다'라고 말해도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작가 중 하나인 오리하라 이치. 개인적으로 서술트릭을 정말 좋아해서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 대부분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나온 신간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한편으로는 <포스트 캡슐>이라는 제목이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 중 유일하게 어이없을 정도로 실망했던 <타임캡슐>을 떠올리게 해서 조금 불안하기도 했지만, 내용을 열어보니 간만에 나온 신작답게 오리하라 이치의 매력이 듬뿍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15년 만에 도착한 편지로 인해 수신인과 발신인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의외의 진실이 드러나는 각각의 에피소드와, 각 에피소드의 사건과 그 주인공들이 서로 얽히고 영향을 미치며 하나의 커다란 줄기로 달려가는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 작가의 작품 중 비슷한 구성을 사용한 <그랜드 맨션>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 작품 역시 재미있게 읽었어서 같은 플롯이라는 것을 알고 더 반가웠던 것 같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보여주는 교묘한 함정과 이를 비틀어내는 반전, 그리고 모든 에피소드가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진실을 드러내는 작가의 치밀함이 돋보이는 작품. 가볍고 밝은 엔딩부터 어둡고 진지한 살인사건, 음습 퀴퀴하고 찝찝한 반전까지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 것도 좋았다.

 

작가의 장기인 서술트릭 역시 변함없이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어서, 역대급까지는 아니라도 오리하라 이치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히 채워준 소설이 아닐까 싶다. 작중 작가의 대표작인 <도착의 론도>가 재미있는 방식으로 등장하는 것도 작가의 팬으로서 반가웠고.

 

스포일러

가장 인상적이었던 서술트릭은 중간중간 계속 등장했던 우체국 배달원이 여자인 사타케 마유미였다는 것. 안좋은 편견이기는 하지만 배달원은 보통 남성일거라는 착각이 더해져 후반부 본격적으로 그녀의 정체가 드러났을때도 곧장 이해가 가지 않아 애를 먹을 정도였다.

 

다만 앞선 <협박 편지> 에피소드에서는 남편마저 속이고 그가 건네려던 몸값을 가로채는 약삭빠름을 보여줬던 마유미의 캐릭터성이 결말부 반전과 함께 조금 무너진 것이 위화감이 들기는 했다.

 

프롤로그에서 가볍게 언급되었던 스토커의 러브레터가 결말에서 다시한번 언급되며, 공교로운 우연이 겹쳐 결국 스토커 본인이 스스로의 목을 조른 꼴이 된 것 역시 재미있었는데, 이렇게 사소한 행동들이 돌고돌아 자업자득을 만들어내는 전개는 오리하라 이치가 정말 자주 쓰는 방식이라 반갑기도 했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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