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의 시체 by. 애거서 크리스티 ★★★★
마지막 독서일: 2021.01.12
세인트 메리 미드에 살고 있는 퇴역군인 벤트리 부부의 집 서재에서 영문 모를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벤트리 부부는 물론 저택 내의 누구도 그 시체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없어 당황하던 와중, 마침 근처 머제스틱 호텔에서 공연 중이던 댄서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실종된 댄서 루비 킨의 사촌의 증언으로 시체가 루비라는 것이 밝혀지지만, 벤트리 가 사람들은 그녀와 뚜렷한 접점이 없어 여전히 혼란한 상황. 여기에 불탄 소녀의 시체가 한 구 더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고, 벤트리 부부의 의뢰를 받은 제인 마플이 사건 조사에 나선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진 잔혹한 사건, 복작복작 평화로운 마을의 분위기와 부드러움과 온화함을 내세워 사건을 속속들이 파헤치는 제인 마플의 모습이 그야말로 코지 미스터리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미스 마플 시리즈> 대부분이 비슷한 분위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클래식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작품.
작품 내에서 제인 마플이 '모든 사람들이 너무 쉽게 속았고 서로를 잘 믿었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 작품을 포함한 <미스 마플 시리즈> 전반을 관통하는 대사가 아닐까 싶다. 서로가 서로에게 친숙하고, 이미 익숙하고 잘 아는 상태에서 쉽게 의심하지 않고 눈앞에 놓인 이야기들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작은 마을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런 마을에서 서서히 의심암귀가 퍼지는 스토리도 매력적이지만, 그건 다른 작품에서 찾는걸로 하고..
불탄 시체까지 등장하는 제법 잔인한 사건이지만, 여러 오해와 돌발 상황들이 겹쳐 사건이 꼬이고, 또 이를 제인 마플이 마을 사람들의 관계와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무섭다기 보다는 부드럽고 편안하게 읽히는 작품이다. <미스 마플 시리즈>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추천작 중 하나.
처음 시체가 발견된 집의 주인인 벤트리 부부는 실제로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었고, 블레이크가 시체를 먼저 발견하고 사이가 안좋은 벤트리 대령을 혼내주기 위해 그의 서재에 시체를 옮겨둔 탓에 오히려 진범들이 진땀을 뺐다는 스토리가 어쩐지 유머러스하게 느껴져 마음에 들었다.
제 3자의 돌발행동이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상황은 추리소설에서 꽤 흔하게 볼 수 있긴 하지만, 서로 간의 감정이 깊고 친밀하지만, 그러면서도 각자 비밀을 감추고 사실 '서로를 잘 알지 못했던' 세인트 메리 미드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진상이 아니었나 싶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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