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손가락 by. 애거서 크리스티 ★★★☆
마지막 독서일: 2021.01.16
전투기 조종사인 제리 버턴은 전쟁 중 부상을 입고 요양을 위해 여동생과 함께 작은 시골마을 림스톡에 머물게 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의 분위기에 적응해갈때쯤, 별안간 추잡한 비방이 담긴 편지가 날아든다. 너무나 얼토당토 않은 모함이 적힌 편지에 불쾌해하던 제리는 그들 남매 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 사람들 여럿이 비슷한 편지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된다.
처음엔 시골 마을에 흔히 있는 장난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으나, 편지를 받은 사이밍턴 부인이 모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고, 이어서 사이밍턴 가의 하녀 아그네스가 살해된채 발견되면서 사건이 심각해진다. 뒤늦게 시작된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해보이자, 성격이 괴팍하고 열성적인 캘드로프 부인은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해결해야한다 주장하며 '전문가' 제인 마플을 마을로 불러들인다.
<미스 마플 시리즈> 작품이지만 마플의 등장은 중후반부로, 중반까지는 전투기 조종사로 활동적인 삶을 살던 제리 버턴이 조용한 시골 마을로 이사 오면서 마을 특유의 분위기에 적응해가고, 또 괴편지와 살인사건을 맞닥뜨려 나름대로의 추리를 전개해가는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마을 주민이면서도 외부인의 시선으로 마을을 바라보는 제리의 존재가 작은 마을 림스톡의 목가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코지 미스터리 특유의 느낌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는 듯.
마플의 주 무대인 세인트 메리 미드 마을은 아니지만 림스톡 역시 전형적인 시골 마을로, 복작복작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특출난 트릭이나 강렬한 임팩트가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무난하게 나쁘지 않은 전형적인 <미스 마플 시리즈>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강력추천까지는 아니라도, 무난하게 읽기 좋은 준수한 작품.
특히 괴편지의 역할과, 결말에서 밝혀지는 범인의 동기와 진상이 클리셰적인 전개에서 묘하게 비틀린 방향이라 꽤 재미가 있었다.
리처드 사이밍턴의 아내를 살해한 동기가 가정교사 엘시와 결혼하기 위함이었는데, 그 동기 자체가 리처드의 김칫국일 뿐 정작 엘시는 그에게 고용주 이상의 호감은 조금도 없었다는 것이 웃음 포인트였다. 보통 꼬이고 꼬인 인간관계와 치정을 주로 활용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임을 감안했을때 반전이라면 반전일듯.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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