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파우스트 노벨)(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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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사토 유야
출판
학산문화사
출판일
2007.07.15

 

마지막 독서일: 2024.03.11

 

인육 외에는 어떤 음식도 먹지 못하게 된 소녀. 코스프레에 몰두하며 자기 자신을 바꾸고 싶어하는 소녀. 도플갱어에게 자신을 뺏겨버린 소녀와 그녀를 도우려는 남자.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소녀와 그녀에게 끔찍한 폭력을 가하는 소년 소녀들. 다른 아이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아름답고 우아한 전학생.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인물들이 2학년 B반에 모여들고, 교내에서 발생한 의문의 밀실살인이 일어나면서, 단조롭던 일상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플리커 스타일>과 이어지는 <카가미가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으로, 시점 상으로는 카가미 료코의 고등학생 시절로 <플리커 스타일>보다는 과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당 작품의 주인공이었던 카가미 키미히코가 초등학생으로 잠시 모습을 비추기도 하며 전작과의 연결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미스로서 오락적인 면모가 강했던 <플리커 스타일>과는 다르게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고심하는 소년 소녀들의 내면 심리를 묘사하며 의외로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각자가 가면을 쓰고 살아가며, 남에게 비춰지는 모습에 고뇌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비정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도 묘하게 현실감을 줬던 것 같다.

 

다만 <플리커 스타일>에서 보여주었던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사건과 소재가 주는 매운맛은 좀 약해졌고, 대신 그 자리를 정신나간 등장인물들의 개성으로 채운 듯 했는데, 이 등장인물들이 지나치게 비정상적이라 작품 전반이 조금 정신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사토 유야치고는 약하다는 말이고, 인육을 탐하며 살인을 자행하는 소녀의 모습이나 차마 입에 담기 힘들정도로 끔찍한 신체적, 성적 폭력을 가하는 학생들 등 불쾌하고 더러운 사건과 묘사는 여전히 건재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스토리가 도저히 불가능해보이는 밀실 살인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의외로 본격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버무려졌을까 기대했지만, 온갖 특수한 능력을 가진 비정상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며 사건 자체가 안드로메다로 가버려 많이 아쉬웠다. 특히 밀실 트릭 자체를 거의 뭉개다시피 해버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시점에서 각자의 사건을 겪어나가다 종반에 하나의 이야기로 모이는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이 하나의 이야기 자체가 개연성이 없고 황당한 내용이라 오히려 캐릭터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각자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집 구성으로 했으면 조금 나았을지도. <플리커 스타일>의 임팩트가 워낙 강해서 사토 유야의 작품을 계속 시도해보고 있는데, 여러모로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작품이 없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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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트릭의 정체가 예언자 카가미 료코가 첫번째 발견자들의 움직임을 '예언'해서 교묘하게 현장을 빠져나갔다는 것에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비현실적인 것은 둘째치고, 굳이 밀실 살인이라는 요소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는데 어거지로 끼워넣은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밀실을 빼고 그냥 살인사건이라고 했어도 충분히 매끄럽게 진행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괜히 꼬아서 독이 된 느낌.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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