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저승사자를 기르는 법 by. 치넨 미키토 ★★★
마지막 독서일: 2023.01.02
생명이 다한 인간의 혼을 '주인님'께 이끌어주는 길안내자의 역할을 하는 영적 존재인 주인공. 무언가 미련이 남아 지박령이 되어 인간세계를 떠돌다 결국 소멸되고 마는 혼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의 모습을 빌려 한 호스피스 병원에 '좌천'되기에 이른다.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나호에게 거두어져 '레오'라는 이름까지 붙여진 주인공은 그대로 두면 지박령이 될 것 같은 환자들의 미련을 해결해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유리탑의 살인>으로 지난해 굉장한 임팩트를 남겼던 치넨 미키토가 감성적인 일상 미스터리를 썼다고 해서 관심이 갔던 작품으로, 현직 의사이기도 한 작가의 배경이 잘 드러났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기대가 됐다.
사실 개인적으로 일상 미스터리 자체를 엄청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가볍게 읽기 좋다 보니 어두운 주제의 작품을 읽는 중간중간 은근히 자주 손이 가는 것 같다. 환자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 호스피스 병원 자체에 얽힌 커다란 하나의 비밀이 밝혀지는 연작 단편집의 구성으로, 개의 몸에 빙의된 저승사자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은근히 귀여웠고, 각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미련과 과거에 얽힌 미스터리가 감성적이면서도 소소하게 재미있었다.
다만 일상 미스터리의 한계라고 할지, 미스터리 자체의 수준이 아주 높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병원 전체에 얽힌 굵은 줄기의 사건 해결에 있어서는 좀 무리수다 싶은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적당히 감성적이고, 결말에 이르기까지 정석적인 감동루트를 따라가면서 무난하게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았던 작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환자들이 주인공을 통해 각자의 미련을 털어낸 후에 별 반전 없이(?) 목숨을 거둔 점이 인상적이었다. 혹시 지나치게 신파적으로 흘러가면서 모두가 살아나는 엔딩이 나오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읽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리탑의 살인>의 잔상이 너무 진하게 남아있었던 탓인지, 잔잔하고 감성적으로 흘러가다가도 혹시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되는 건 아닐까 기대 아닌 기대를 하기도 했는데, 그대로 정석적인 마무리가 되어 살짝 아쉽기도 했다.
나만의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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