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블랙 쇼맨은 과학 수사를 뛰어넘는 대범한 증거 수집을 토대로 사건을 추리해 나간다. 그러면서 등장인물 저마다 알리고 싶지 않았던 크고 작은 비밀을 단번에 독자들에게 드러낸다. 마치 한 편의 쇼를 기획하는 마술사처럼 살인 사건의 시작부터 진범을 찾을 때까지 독자의 시선을 마술에 홀린 듯 이리저리 흔들며 결말까지 내달리는 서사에 29장의 묵직한 분량이 금세 사라진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비극은 시작되는 걸까? 대기업 취직 후 약혼자와 꿈꾸던 결혼식을 준비해 나가던 마요. 경찰서에서 온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그녀는 고향으로 간다. 이제 너도 행복해질 일만 남은 거라던 아버지와의 전화가 생전 마지막 통화가 돼버렸다. 경찰은 아버지의 사체에서 교살의 흔적을 발견하고, 곧바로 살인 사건으로 전환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다. 이름조차 없는 조용한 마을에서 살인이라니, 게다가 아버지는 마을 전체에서 존경받던 교사였기에 온 마을이 시끄러워진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잠길 새도 없이 고향 집 구석구석 현장 감식에 협조하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쓴 수사관 사이에서 괴팍하게 소리치는 한 남자가 들어온다. 남의 집에 허락도 없이 들어왔다고 노발대발하는 남자, 알고 보니 마요의 삼촌 다케시다. 다케시는 미국에서 유명한 마술사였다. 마요가 태어나고 단 두 번 만났을 뿐이다. 그는 왜 10년 만에 연락도 없이 나타난 걸까? 하필 아버지가 살해당한 다음 날에.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일
2020.11.30

 

마지막 독서일: 2024.02.25

 

도쿄에 상경하여 결혼을 앞두고 있는 가미요 마요는 아버지 가미요 에이치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름없는 고향 마을로 향한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고향 마을은 코로나 이후 급감한 관광객 수로 인해 마을 경제가 휘청이며 쇠퇴해가고 있었다.

 

아버지와는 오랜 시간 연락도 거의 하지 않아 갑작스러운 살인사건에 작은 실마리도 없어 당황하는 마요 앞에, 10년간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의 동생이자 과거 마술사로 일했던 가미요 다케시가 나타난다. 제멋대로인 성격에 마술사다운 온갖 손재주와 날카로운 통찰력을 자랑하는 다케시는 마요에게 경찰과 별개로 사건을 추적해볼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다.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탐정과 그를 보좌하는 왓슨형 조수 캐릭터가 이미 발생한 사건에 뛰어들어 조사해나간다는 상당히 고전적인 구성을 하고 있는 작품.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과 비밀 위주의 플롯을 주로 다뤘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보기 힘든 클래식한 스타일이라 반갑기도 하고, 탐정역의 가미요 다케시 캐릭터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별 기대 안했던 것 치고 의외로 재미있게 읽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야 독특하고 개성있는 캐릭터 조형에 원래부터 일가견이 있었으니, 오히려 왜 진작 이런 스타일의 작품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든다.

 

제멋대로에 말투도 거칠지만 사물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고 사건의 본질을 보는 눈이 뛰어난 다케시의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었고, 원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상대방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화술과, 마술사라기 보다는 마법사에 가까운 신기를 보여주는 손장난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소 유치하고 작위적인 부분도 없지않아 있긴 했지만, 애초에 이런 천재형 탐정물은 어느정도 작위성은 감안하고 읽어야하니 몰입에 방해되는 정도는 아니었다.

 

여기에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이 대면한 갈등과 걱정에 대하여 은근히 조언과 도움을 주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등, 그야말로 정석적으로 매력적인 천재 탐정 캐릭터라는 느낌. 인물의 과거가 떡밥만 던져진채 전혀 해명되지 않은 점도 그렇고, 시리즈물로서의 기대를 하게 만드는 작품인 것 같다.

 

다만 작품 자체의 미스터리적인 면에 있어서는 평범 이상의 임팩트를 주지는 못한 것 같다. 작은 마을에서 과거를 함께 보낸 옛 동창들이 얽힌 사건이며, 그 각자가 알수없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사건을 조사해나가면서 그 비밀들을 하나하나씩 실타래 풀어가듯 밝혀낸다는 플롯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밝혀진 비밀들이 그다지 놀랍지 않고 그 중에서도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은 극히 소수 뿐이라, 다 읽고 나서 무언가 토막토막 난 단편글 모음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보여줬던 등장인물 대부분이 아무 역할 없이 소모되어버린 것도 아쉬웠고.

 

그리고 아무리 유치함이 기본인 클래식한 작품이라지만, 마지막에 범인을 밝히기 위한 쇼 장면은 조금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코믹한 일본 드라마의 과장된 추리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나만의 별점: ★★★★

반응형

+ Recent posts